제22회북한자유주간행사소개서1면-프리덤조선제공
제22회 북한자유주간국제행사는 오는 6월 7일부터 14일까지 독일 베를린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
전 세계 150여 인권시민단체로 구성된 행사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사라진 그들을 기억하며”를 주제로,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강제실종된 70명의 수감자 정보와 그 가족들의 증언을 국제사회에 공개하며 연대를 호소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단법인 겨레얼통일연대는 올해 인권보고서인 『북한 정치범수감자 증언기록서』를 기반으로, 유럽의회와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될 공동명의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이다.
행사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범죄를 국제사회가 규명하고 법제정으로 대응하도록 각국 의원과 NGO의 협력을 요청한다.
이번 유럽행사에는 탈북민 인권단체장 5명과 증언자 8명이 대표단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증언자들은 각자의 사연은 담은 “호소문”을 영문으로 제작해 유럽의회에 공식 제출하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사무소 및 유럽 각국 외교사절단에 전달할 예정이다
그 가운데 정선경의 엄마인 탈북여성이 증언대에 선다. 그녀의 이름은 정보경이다. 그녀의 증언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지금도 끝나지 않은 고통의 서사이다.
정보경 씨는“선경이가 살아 있다면 이제 서른이 넘었을 나이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저를 본 18년 전 그 순간에 멈춰 서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날의 엄마입니다. 그 아이가 중국 공안에 체포된 그날, 저는 멈춰버린 시간 속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증언했다.
지난 1967년 북한 북부의 조용한 도시에서 태어난 정보경 씨는 태어나자마자 '적대계층'이라는 낙인을 등에 업고 살아야 했다. 그녀가 네 살이 되던 해, 그녀의 친부는 “말반동” 혐의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었다. 그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남겨진 어린 자식들과 홀로 남은 어머니는 생존을 위해 새 가정을 꾸렸지만, 새아버지 역시 1978년, 정치적 탄압에 휘말려 또다시 수용소로 끌려갔다.
두 명의 아버지를 모두 체제에 의해 빼앗긴 소녀 정보경은, 가장의 역할을 감당하며 살아남아야 했다. 그녀는 군대, 대학, 노동당 입당과 같은 ‘정상적인’ 삶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존재만으로도 위험한 ‘반동분자 집안’의 딸이었기에, 그녀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침묵과 순응뿐이었다.
제22회북한자유주간행사소개서2면-프리덤조선제공
그녀가 처음으로 진정한 희망을 품게 된 건, 결혼 후 어렵게 얻은 딸 정선경이 태어나면서였다. 세 번의 유산 끝에 찾아온 외동딸. 그 아이는 정보경 씨에게 “세상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녀는 일찍이 알았다. 사랑만으로는 아이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딸에게만큼은 성분의 굴레’를 물려주기 싫었고,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다.
지난 2007년 6월경 정보경 씨는 남편, 딸 정선경, 두 여동생 가족을 포함한 10명의 대가족과 함께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했다. 브로커의 안내에 따라 가족은 5명씩 두 조로 나뉘었다. 정보경 씨는 남편과 한 여동생 가족과 함께 남방 루트를 따라 이동했으며, 딸 정선경은 이모 정남옥, 사촌 류혁과 함께 북방 루트를 통해 내몽골로 향했다.
정보경 씨는 “우리 조는 무사히 국경을 넘어 동남아로 향했고, 태국의 난민수용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곧 딸도 올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전화가 왔습니다. 정선경이 속한 동생 조가 내몽고에서 체포되었다고.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 되었다는…”라고 증언했다.
지난 18년간 정보경 씨는 그날의 공포와 기억에 사로잡혀 살아왔다.
그녀는 유럽 시민과 의원들에게 제출한 증언 호소문에서 다음과 같이 절절히 호소했다.
“제 딸 정선경은 죄 없는 15세 여중생이었습니다. 단지 부모를 따라 자유를 꿈꿨을 뿐입니다. 그 이유 하나로 딸은 사라졌고, 저는 딸을 가슴에 묻은 채 피눈물 속에 살아갑니다. 정선경은 제 딸만이 아닙니다. 그녀는 오늘도 북한 정치범수용소 어딘가에서 숨죽여 살아갈 수많은 딸들의 상징입니다. 부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녀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함께 증명해 주십시오”
정보경 씨는 이번 유럽 행사를 통해 딸을 찾고자 하는 절박한 모정, 침묵을 깨는 피해자들의 용기, 북한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국제사회의 양심적 행동을 간절히 촉구하고 있다.
[한강의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