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군중 동원으로 봄철 나무심기를 하고 있다.프리덤조선
북한에서 매년 3월 2일은 ‘식수절’로 지정되어, 전당(전국), 전민(전 국민), 전군(전 군대)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나무심기 운동이 펼쳐진다. 이는 원래 김일성 시대에 4월 6일이었으나, 김정일이 어머니 김정숙과 함께 귀국해 처음 나무를 심은 3월 2일로 변경한 것이다.
지난 14일,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3월과 4월을 국토보호의 달로 지정하고 산림녹화, 강, 하천 및 토지정리, 도로와 마을 환경정비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15~16일, 공장, 기업소, 학교 및 동(洞)사무소, 농장 등의 근로단체들에 나무심기 총동원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각 단위는 북한 국토부와 살림경영소에서 배정한 산림지역에 묘목을 심고, 이후 5년 이상 묘목을 관리하며 살림을 책임지라는 규정을 부여받았다.
◆ 묘목 부족 문제와 배경
회령 지역에서 묘목을 공급하는 원림사업소는 연간 묘목의 생존율(‘살음률’)을 70~75%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묘목의 생존율이 낮아 수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단위에서는 다른 단위가 이전에 심었던 다른 산림에서 뽑아 보충하거나, 심지어는 이를 다른 단위에 판매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이와 같은 묘목 불법 거래는 단속 대상이 되었으며, 작년에는 묘목을 뽑던 중 체포된 회령시 초급중학교 남학생 4명이 공개 재판에 회부되어 소년교양소에서 6개월간 복역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묘목을 판매하기 위해 뽑는 경우보다 난방용 땔나무로 도벌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 에탄올을 활용한 묘목 심기 ‘비법’
북한 북부지역은 기온이 낮고 날씨가 춥기 때문에, 3월에 묘목을 심게 되면 뿌리가 얼어붙어 생존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북한은 독특한 ‘뿌리 보호 제’을 제조해 사용한다.
묘목을 심기 전, 소주나 막걸리를 물에 희석해 만든 용액에 묘목의 뿌리를 담가 적신 뒤 땅에 묻는 방식이다. 북한당국은 에탄올이 살균효과와 생장 호르몬 촉진에 영향이 있다며 장려하는 분위기다.
이는 화학비료나 성장촉진제가 부족한 북한에서 오래전부터 에탄올을 대체 농법으로 이용하면서 형성된 전통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농도 조절 등의 과학적 검증이 부족해 이런 방식이 오히려 묘목의 생존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탈북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 ‘소주절’로 변질된 ‘식수절’
모든 단위들은 식수절 소주를 마련함에 있어 묘목용으로만 준비하지는 않아 작업이 끝나면 모여 앉아 ‘술 파티’를 즐긴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실 음력설이나 추석, 그 어떤 국가명절에도 한 직장 사람들이 모여 술 먹을 기회는 없다. 하지만 식수절엔 나무가 술을 먹어야 하니까 사람도 마시게 되는 거죠. 그래서 식수절을 소주절"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규모 식수 활동은 산림 복구와 환경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지만, 부족한 자원과 비효율적인 방식이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작업 이후 집체적 술 파티 문화는 공개적인 불만표출 등의 위험요소가 많아 식수절의 총 동원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식수절, 아니 ‘소주절’로 변질된 현실은 북한의 산림 복원을 향한 도전 속에서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장세율기자